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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를 만든 블래스트, VFX 기술로 K-POP의 미래를 그리다
1. 만화방 소년에서 VFX 슈퍼바이저로, 그리고 창업가로
블래스트의 이야기는 한 명의 열정 넘치는 VFX 전문가의 도전에서 시작됩니다. 이성구 대표는 어린 시절 만화방에서 살다시피 했던 소년이었습니다. 순정만화부터 액션만화까지 가리지 않고 읽으며 강경옥 작가의 '별빛 속에'를 인생 만화로 꼽을 정도로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사랑했죠.
그는 2002년부터 2021년까지 약 20년간 MBC 영상미술국에서 VFX팀 슈퍼바이저로 일하며 한국 방송계의 그래픽 기술을 이끌었습니다. '무한도전', '기황후', 'W', '구가의 서' 등 50편이 넘는 작품에서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특히 MBC 창사 60주년 기념 VR 휴먼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를 제작하면서 게임 엔진으로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됩니다.
2021년 2월, MBC 사내벤처 1기로 선정되면서 블래스트의 씨앗이 뿌려졌습니다. 당시 팀 이름은 '바이트일레븐'이었죠. 그로부터 1년 뒤인 2022년 2월, 드디어 독립법인 블래스트(VLAST)가 탄생합니다. 회사명은 폭발을 뜻하는 'blast'의 'b'를 'virtual'의 'v'로 바꾼 것으로, 버추얼 엔터테인먼트로 붐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습니다.
2. 플레이브의 탄생, 기술이 아닌 '휴머니즘'이 핵심이었다

| 플레이브 일본 콘서트 예매방법 |
창업 초기 주변에서는 이성구 대표에게 "버추얼 아이돌은 휴먼 리스크가 없어서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가상의 캐릭터로 활동하니 사건사고에 휘말릴 걱정은 없겠다는 의미였죠.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대중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매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플레이브는 2023년 3월 12일 데뷔한 5인조 버추얼 보이그룹입니다. 리더 예준, 노아, 밤비, 은호, 막내 하민으로 구성된 이들의 이름은 'Play'와 'Rêve(꿈)'의 합성어로, 새로운 세상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팬덤 이름인 '플리(PLLI)'는 'Play + Reality'를 의미하며, 가상의 플레이브와 현실의 팬들이 함께 추억을 만든다는 뜻을 지니고 있죠.
초기에는 유튜브 라이브 시청자가 고작 10명에서 20명 정도였습니다. 이성구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시청자가 100여명 정도로 유지될 때도 성공에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작은 팬덤이었지만 그들의 열정은 뜨거웠습니다. 팬들이 직접 팬아트를 그려주고 주변에 플레이브를 알리는 모습을 보며 가능성을 확신하게 되었죠.
블래스트는 단순히 기술력만으로 승부하지 않았습니다. 회사 내부 인력의 주축은 컴퓨터 그래픽, 게임 엔진 개발자들이지만, 이들은 '버추얼이기 이전에 가수이고 아이돌'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습니다. 좋은 음악, 좋은 콘텐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신념으로 멤버 전원이 탁월한 실력을 갖추도록 했고, 음반 제작과 프로듀싱에 관해서는 플레이브 멤버들에게 전적으로 일임했습니다.
3. 기술과 예술의 만남, 블래스트가 만드는 실시간 그래픽의 미래
블래스트의 기술력은 단순히 캐릭터를 움직이는 수준을 넘어섭니다. 2022년 8월 광학식 버추얼 스튜디오를 완성한 이후, 2023년 8월에는 더 넓은 자체 스튜디오로 이전하며 동시에 5명을 라이브로 송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언리얼 엔진을 기반으로 한 자체 버추얼 라이브 시스템 개발을 통해 실제 사람의 움직임과 표정이 실시간으로 캐릭터에 반영되도록 만든 것입니다.
플레이브의 성과는 놀라웠습니다. 데뷔 1년 만에 첫 앨범 초동 판매량 20만장을 돌파했고, 2024년 2월 발매한 두 번째 미니앨범은 초동 56만장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습니다. 버추얼 아이돌 최초로 지상파 음악방송 1위를 차지했으며, 멜론 24시간 600만 스트리밍, 유튜브 라이브 방송 동시 시청자 3만6000명 돌파 등의 기록을 연이어 달성했습니다.
2024년 4월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첫 단독 팬콘서트 '헬로, 아스테룸!'은 예매 시작 10분 만에 전석 매진되었습니다. 당시 대관 과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대관이 안 될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는 이성구 대표의 말처럼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들은 수억 원의 적자를 감수하고 공연을 강행했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블래스트는 2024년 하이브와 YG플러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2024년 매출 454억원, 영업이익 99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 22%라는 놀라운 수치를 달성했습니다. 임직원 수도 2025년 8월 기준 94명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성구 대표가 롤모델로 삼는 회사는 픽사입니다. "예술적인 면과 영화적 연출이 탁월하게 합쳐진 픽사처럼, 블래스트가 실시간 그래픽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는 것이 그의 비전입니다. 현재 블래스트는 플레이브의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2025년 아시아 투어를 통해 홍콩, 자카르타, 방콕, 도쿄 등 다양한 지역에서 글로벌 팬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MBC 사내벤처에서 시작해 불과 3년 만에 매출 454억원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한 블래스트의 이야기는 기술과 예술, 그리고 진정성이 만났을 때 어떤 혁신이 가능한지를 보여줍니다.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는 단순히 기술적 성과가 아니라, 사람의 따뜻함과 진심이 담긴 콘텐츠로 팬들의 마음을 얻었습니다.
"버추얼이기 이전에 가수이고 아이돌"이라는 철학으로 좋은 음악과 진정성 있는 소통을 추구한 블래스트는, 플레이브를 통해 K-POP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실시간 그래픽 기술이 선도하는 엔터테인먼트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블래스트와 플레이브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