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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전기차, 테슬라를 넘어선 중국 전기차 혁명의 주역

배터리 전해액을 마신 남자, 왕촨푸의 BYD 창업 스토리
1966년 중국 안후이성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왕촨푸는 10대 시절 부모님을 모두 여의며 힘든 시절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친형 왕촨팡이 동생의 재능을 알아보고 가게를 운영하며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했죠.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집을 내다파는 한이 있어도 공부해야 한다"는 형의 격려 속에서 왕촨푸는 중난공업대학에서 야금물리학을 전공하며 배터리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베이징유색금속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왕촨푸는 27세에 연구소 산하 배터리 회사의 대표로 발탁되며 경영 수완을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안정적인 직장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1995년 2월, 29세의 나이에 사촌형에게 250만 위안(약 3억5천만 원)을 빌려 광둥성 선전시에서 BYD를 창업합니다. 회사명은 'Build Your Dreams'의 약자로, 그의 담대한 비전을 담고 있었죠.
직원 20명으로 시작한 작은 배터리 공장은 수천만 위안이 들어가는 생산 설비를 단 100만 위안으로 자체 제작하며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일본산 배터리의 절반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한 결과, 노키아와 모토로라에 배터리를 납품하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2003년에는 세계 2위 배터리 제조사로 우뚝 섰죠.
2008년,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자회사 회장이 BYD 공장을 방문했을 때 전설적인 일화가 탄생합니다. 왕촨푸는 배터리가 환경에 무해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배터리 전해액을 직접 한 모금 들이켜는 퍼포먼스를 보였습니다. "맛은 없다"는 그의 농담 섞인 말과 함께, 버크셔 해서웨이는 2억3천만 달러를 투자하며 BYD의 미래에 베팅했습니다. 이 투자는 10년 만에 2,000~3,500%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전설적인 투자 사례로 남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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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배터리와 수직 계열화, BYD 전기차의 핵심 경쟁력
BYD 전기차의 가장 큰 경쟁력은 독자 개발한 '블레이드 배터리' 기술입니다. 리튬인산철(LFP) 기반의 이 배터리는 발열성이 적고 산소를 배출하지 않아 열폭주나 폭발 위험이 거의 없습니다. 가장 까다로운 못 관통 시험에서도 연기나 화재가 전혀 발생하지 않아 안전성을 입증했죠. 공간 활용도는 기존 배터리 팩 대비 50% 이상 향상되어 더 긴 주행거리를 제공합니다.
2025년 BYD가 공개한 초고속 충전 시스템은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1,000V 전기 아키텍처와 10C 충전 속도를 지원하는 블레이드 배터리는 단 5분 만에 400km 주행거리를 충전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슈퍼차저가 10분 동안 약 275km를 충전하는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성능이죠. 이는 전기차 사용자들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충전 시간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입니다.
BYD의 또 다른 강점은 완벽한 수직 계열화 생산 체계입니다. 배터리부터 반도체, 모터, 섀시까지 핵심 부품을 모두 자체 생산하며 원가를 25% 가량 절감했습니다. 투자은행 UBS는 이러한 수직 통합 체계가 BYD를 북미와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올려놓았다고 분석합니다. 30년 이상 축적된 배터리 기술과 자동차 제조 노하우의 시너지가 BYD를 세계 1위로 만든 핵심 동력인 것이죠.
e-Platform 3.0이라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도 주목할 만합니다. 배터리 팩이 차체와 완벽하게 통합된 CTB(Cell to Body) 기술로 차체 강성이 향상되었고, 전기 모터의 빠른 반응으로 최적의 주행 자세를 유지합니다. BYD SEAL 모델은 이러한 기술력을 집약한 대표작으로, 바다의 미학을 담은 유선형 디자인과 뛰어난 주행 성능으로 호평받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 진출과 2025년 글로벌 1위 달성의 의미


2025년 1월 16일, 10년간의 준비 끝에 BYD 전기차가 한국 시장에 정식 진출했습니다. 소형 SUV 아토3(3,190만원), 중형 세단 씰(4,290만원), 준중형 SUV 돌핀(2,600만원), 중형 SUV 씨라이언7(4,490만원) 등 4개 차종을 선보이며 총 1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죠. 특히 아토3는 일본 출시가(약 4,200만원)보다 약 1,000만원 낮은 가격으로 선보이며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국 진출 초기에는 보조금 승인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2025년부터 전기차 보조금 산정 시 배터리 충전 정보(SoC) 장착이 의무화되면서 관련 자료 제출과 시스템 적용에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이죠. 하지만 4월부터 보조금 승인이 완료되어 정상적으로 차량 인도가 시작되었고, BYD는 지연에 대한 보상으로 사전 계약 고객들에게 30만원 상당의 충전 혜택을 제공했습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2025년 전세계 배터리 전기차 시장에서 BYD가 판매량 기준 15.7% 시장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BYD는 2024년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한 기업이 되었죠. 규모의 경제, 혁신적인 기술, 강력한 정부 지원이 결합되어 만들어낸 성과입니다.
반면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타격,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 제품 출시 지연 등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카운터포인트의 이윤정 연구위원은 "일론 머스크는 자충수를 둔 셈이며, BYD에게는 큰 기회"라고 분석했습니다. 2011년 머스크가 "BYD는 매력적이지 않고 기술력도 강하지 않다"고 평가절하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 것이죠.
한국 시장에서 BYD는 현대차, 기아 등 국내 브랜드와 테슬라 사이에서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편견을 극복하는 것이 최대 과제이지만, 합리적인 가격과 검증된 배터리 기술력, 다양한 라인업을 앞세워 시장 안착을 노리고 있습니다. 특히 브랜드 충성도가 낮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층을 주요 타겟으로 공략할 전망입니다.
배터리 전해액을 마시며 투자자를 설득했던 왕촨푸의 열정, 29세에 창업해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으로 성장시킨 도전 정신, 그리고 30년간 축적된 기술력이 만들어낸 BYD의 성공 스토리는 단순한 기업 성장을 넘어 중국 제조업의 혁신을 상징합니다. 2025년 한국 시장 진출은 BYD가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BYD 전기차가 앞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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